1.
이전 회사에서는 업무를 텍스트 파일로 만들어서 관리했다. 업무 단위별로 텍스트 파일을 만들고 이 파일들을 구글 드라이브와 동기화해서 보관했다. 이렇게 관리했던 이유는 특정 앱에 종속되기 싫어서이다. 앱이 망하면 내 자료는 어디로 가는 거죠? 어떤 환경이건 텍스트 파일은 가장 근본 단위 아니겠는가? 대신 텍스트 밖에 저장할 수 없고 그림이나 부가 파일들은 별도 관리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2.
회사를 옮기고 나서는 국민 스타트업 노트 앱, 노션을 쓰기 시작했다. 그전부터 조금씩 써오다가 본격적으로 업무 관리를 노션에 하기 시작했다. 한 번 노션에 길들여지니 이제 텍스트로 관리하던 시절은 신석기 시대였능가? 협업하기 좋은 건 말할 거 없고 무료로 써도 불편함이 없다. 다양한 방식으로 문서를 꾸미고 저장할 수 있으니 한 페이지 내에서도 업무 관리가 가능하다.
3.
그러나 노션도 완벽하지는 않다. 기능이 다양한 만큼 복잡하다. 복잡해서 쓰던 기능만 쓴다. 노션의 가장 큰 단점은 느리다는 것. 앱을 열거나 페이지 전환할 때 느리고 한 페이지 내에서도 컨텐츠가 많아지면 버벅대고 느려진다.
4.
그러다 업노트를 알게 됐다. 에버노트가 한물 간지는 오래되었고 이를 대체할 만한 앱이라고 한다. 개발자라면 괜찮은 서비스는 써 봐야 하지 않겠는가? 좋은 서비스를 만들려면 좋은 제품을 많이 써봐야 한다.
5.
업노트를 설치해 보니 UI가 심플하다. UX도 직관적이다. 처음에 노트 만드는 부분이 약간 헷갈렸는데 그래도 전반적으로 단순하다.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심플함을 갖췄다. 기능이 심플해서인지 빠르다. PC에서도 모바일에서도 빠르다. 단순하고 쉽고 직관적이고 빠르다.
6.
협업보다는 개인 노트 기능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그중에서도 글쓰기가 핵심이다. 텍스트 파일의 단순함과 노션의 다양함을 잘 섞어 놓았다.
7.
가장 매력적인 건 애플스토어 기준으로 32,000원 만 결제하면 평생 무료란다. (구글 플레이 35,000원) 구독 기능도 지원하는데 구매가도 안 비싼데 굳이…
8.
예전에 윈도우 구매하듯이 한 번 사면 평생 쓸 수 있다. 요금 정책이 바뀔 수도 있고 회사가 망해버릴 수도 있지만 까짓 것 망하면 버리지 하는 마음으로 구매해 버렸다. 소프트웨어 사듯이 구매하는 서비스 모델이 요즘 시대에 괜찮은 것 같다. 어지간하면 앱에 돈 잘 안 쓰는 나로 하여금 바로 구매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구독 모델이 이젠 지친다. 매달 구독으로 결제하는 금액도 만만치 않다. 한방 구매 방식이 오래된 방식임에도 요즘은 접하기 힘들어 신선하게 느껴졌고 무엇보다 싸지 않은가? 서비스 모델도 레트로로 돌고 도는 것일까?
9.
업무 관리는 여전히 노션으로 하겠지만 글쓰기와 관련한 것은 업노트에 할 생각이다. 완벽한 앱은 없기에 상호 보완적으로 쓰는 게 좋아 보인다.
10.
그런데 한국어 모드로 돌려놓고 쓰다 보니 오타를 하나 발견했다. 아레의 맞춤법이 틀렸다.
“PREMIUM 버전을 사용하면 아레와 같은 혜택을 얻을 수 있습니다.”
11.
업노트에 피드백 보내는 부분이 있어 수정해 달라고 메일을 보냈다. 답장이 오리라는 기대는 없었다.
12.
그런데 며칠 후 답변이 오는 게 아닌가. 정확히 어떤 부분인지 알려 달란다. 그래서 오타가 있는 경로를 알려줬더니 다음 패치 버전 때 수정하겠다고 답변을 받았다. 답장 받고 얼마 후 접속해 보니 수정되어 있다. 피드백도 빠르고 열심히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답변 준 담당자가 한국인도 아닌 것 같던데.
13.
어쨌건 이런 식으로 업노트에 컨트리뷰션 했다. 인정?
14.
업노트를 베트남에서 만들었다고 하던데 그래서 망하는 부분에 대한 걱정이 많더라. 아직 베트남 기업의 SaaS에 대한 레거시가 없어 누구나 걱정할 것 같다. 나도 일단은 중요하지 않은 것 위주로 사용하려고 한다. 그래도 초기 만듦새를 보면 업노트가 어디까지 성장할지 기대된다.
15.
장점
- 단순하다 + 직관적이다 + 빠르다 >>>>>>>>>>>>>>노션
- 글쓰기에 특화되어 있다.
- 32,000원 결제하면 평생 무료다.
단점
- 협업이 어렵다.
- 베트남 기업에서 만든 제품이라 불안하다.
16.
몇 개월간 이용후 찾은 버그
1) 블럭 지정한 글자 사라짐
- pc에서만 재현되고 한글에만 나타나는 증상
- 한글로 글 씀
- 수정할 부분을 블럭으로 지정하고 다른 글로 변경
- 방향타 움직이면 수정했던 부분 사라짐
2) 모바일 앱에서 링크 클립보드 작동 안 됨
- 갤럭시폰(S21)에서 나타나는 증상, 다른 폰은 테스트 해 보지 못함
- 다른 앱이나 브라우저에서 링크공유 또는 링크복사함
- 업노트에 붙여넣기하면 붙여넣기 안 되고 링크만 사라짐
- 관련 영상까지 찍어서 업노트에 문의해봤는데 이상 없다는 답변 받음
3) 이기종간 동기화 잘 안 됨
- 이건 좀 심각한 문제인데 요즘들어 (2023.11.) 더 그런 것 같음
- 휴대폰앱과 pc앱간에 내용들이 동기화가 잘 안 됨
- 잘못하면 업데이트 되지 않은 내용으로 동기화되서 최신 내용이 지워져버리기도 함
- 점점 신뢰도 down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