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운영 중인 서비스의 결제 부분에서 에러가 발생하고 있다. 결제 에러는 치명적이다. 고객님에게도 사장님에게도 쌍방으로 욕먹는 에러다. 급하게 디버깅에 나섰다.
2.
에러의 원인은 단순했다. 딱 한줄, 리턴값 null에 대한 처리를 안 해준 코드가 에러를 유발하고 있었다. 곧이어 무척 당황했는데 해당 코드는 gpt가 만들어 준 거였고 그걸 그대로 복붙했던 게 문제가 되었다.
3.
gpt 때문에 개발자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검증 없이 가져다 쓴 코드가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켰으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4.
불과 얼마 전까지 구글이 없으면 개발이 불가능했는데, 근래에는 검색도 거의 안 한다. 일단 gpt에게 물어보기, 단순 코드도 직접 짜지 않고 gpt에게 물어보기. 물어보고 답변 받고 복사해서 붙여 넣고. 개발과 관련한 머리를 쓸 일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하는 게 맞아? 나 개발자 맞아? 점점 퇴보하는 거 아니야?
5.
예전에는 안 풀리는 문제를 몇 시간 또는 몇 날 며칠 끙끙대면서 붙들고 있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했을 때 느끼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순간은 자존감도 쭈욱 올라가는데 내가 좋은 개발자가 된 것 같은 착각도 든다. 하지만 gpt를 통하는 순간 내 역할은 반쪽도 안 되고 개발에서 오는 순수한 재미도 없어졌다.
6.
대신 생산성은 크게 올라갔다. 빠르게 개발을 하게 되니 여유 시간이 많아진다. 그러나 이게 또 문제인 게 남는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무의미하게 흘러가버리는 시간들도 많아졌다.
7.
언젠가는 더 좋아지겠지만 아직까지는 gpt를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다. 자동차의 자율 주행 기능을 켜더라도 운전대에서 손을 뗄 수 없는 것처럼. 크리티컬한 부분의 코드는 개발자가 신경 써서 코딩해야 한다. gpt의 도움은 베이스, 개발자의 꼼꼼한 코딩은 필수라는 걸 이번 에러를 통해 느꼈다. 생각없이 가져다 쓰는 건 개발자가 할 일이 아니다.
8.
AI 시대에 개발자의 역할은 어떻게 변할까?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변해 있으니 예상, 예측이라는 게 점점 의미가 없어진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나가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격변의 시기에는 웅크리고 있다가 큰 흐름을 뒤쫓아가는 슬로우 팔로워의 역할이 나 같은 보통 개발자가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9.
갈 길이 멀거나 보이지 않을 때, 멀리 바라보면 마음만 답답하다. 그럴 때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는 게 좋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발끝만 바라보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나가는 일. 그것에만 집중하다 보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10.
결론
- gpt를 통해 생산성 올리는 건 유지하되
- 크리티컬한 부분은 적극 검증하고
- 변화의 흐름에서 언제라도 숟가락 얹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자